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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있는 삶, 삶이 있는 저녁 퇴근 시간이다. 퇴근은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간다는 뜻이다. 당연히 사무직 노동자인 나는 사무실에서 퇴근한다. 경험해보지 않아 잘은 모르지만 건설 노동자는 현장에서 퇴근하고 농부는 밭에서 어부는 해변에서 퇴근하겠지. 아무튼 운이 좋은건지 나는 매일 퇴근을 하고 있다. 물론 퇴근은 출근이라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번씩 찾아오기에 (아침마다 수고스럽긴 하지만) 퇴근의 기쁨을 위해 나는 하루도 빼먹지 않고 꼬박꼬박 출근을 한다. 무슨소리를 하려고 이런 사설을 늘어놓느냐고 하겠지. 이런 얘기다. 누군가 산에 왜 올라가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은 산이 좋아 오른다고 하겠지만 내가 볼때 좋은 답변은 아닌 것 같다. 산에 오르는 건 내려오기 위해서다. 내려와 잔소리꾼 아내와 말썽많은 아이가 있는 가정으로 돌아오기 위해서.. 2021. 12. 5.
숨쉬듯 후회 매번 반복한다. 말을 하고 후회하고 생각하고 후회하고 밥을 먹고 후회한다. . 그저 연속적으로 이어지다 문득, 멈춘 발자국 같이 일상을 걷다가 작은 돌뿌리 하나에 걸음을 멈추고 걸어 온 길을 되짚어보는 식이다. 그렇게 맥없이 돌아보고 다시 후회한다. 대체 후회는 뭐란 말인가. 사실 후회는 일종의 독백같은거다. 아무도 평가해주거나 답해주지 않을 시험지에 정답을 기입하고 타인의 시선을 피해 몰래 답을 찾아볼때의 기분이랄까. 어떻게 써 넣었더라도 반드시 후회를 하고야 말테지만, 머리에 종소리가 들릴만큼 명쾌한 답을 알지 못하기에 다시 후회를 하게 되는 식이다. 후회라는 감정은 생리화학적 작용을 거쳐 만들어진 각종 호르몬과 오감이 만들어내는 잔상들이 얼버무려진 무형의 결과물일진대, 왜 우리는 그 작용중의 단 한.. 2021. 12. 3.
내 쉴 곳은 정말 내 집 뿐인가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 내 나라 내 기쁨 길이 쉴 곳도 꽃피고 새우는 집 내 집뿐이리 하필 ‘내 집뿐’이라는 노래의 멜로디가 울리는 곳은 지하철 환승 통로로 올라가는 계단이다. 3호선에서 5호선을 갈아타기 위해 긴 줄을 이룬 일군의 사람들이 주춤거리면서 겨우 한 발자국씩 걸음을 내디딘다. 긴 줄의 맨 앞에는 장애인 한 분이 휠체어 리프트에 몸을 맡기고 있다. 공중에 붕 떠서 움직이는 리프트를 굳이 위험한 계단에 설치한 이유가 뭘까. 장애인이나 이동약자를 위한 엘리베이터를 더 만들면 좋지 않았을까. 불가피하게 기계에 몸을 맡겨야만 이동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장애인 뿐만이 아니다. 노인이나 유아를 동반한 사람, 임산부, 큰 짐을 가지고 지하철을 탈수밖에 없는 서.. 2021. 11. 29.
사이코 패스, 조작된 공포 연쇄살인 같은 끔찍한 범죄가 발생하면 범인이 사이코패스인지 추측하는 기사들이 난무한다. 살인사건 수사가 미궁에 빠져 장기화되면 프로파일러들이 해결사처럼 투입되었다는 보도가 비중있게 다루어지기도 한다. 사람들은 살인자쯤 되면 평범한 사람들과 무언가 다른 정신적, 심리적 흠결을 가진 자일거라 생각한다. 폭력에 노출된 성장환경이나 결핍에 따른 분노가 공감능력의 결여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한다. 언론이 만들어 낸 그럴싸한 공식 몇가지만으로도 사람들은 이렇게 간단히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어쩌면 대중들은 범인을 자신들과 다른 종류의 존재로 규정하고 타자화함으로서 심리적 위안을 얻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대중의 믿음은 '프로파일러'라는 생소한 직업군에 대한 신비화로 이어진다. '프로파일러'라는 직업(통.. 2021. 1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