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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집 <빨간 치마를 입은 아이> 저녁을 먹으러 식당에 가면서 읽던 소설책을 가져갔다. 빨간치마를 입은 아이라니. 경망한 제목에 표지까지 빨간색이다. 주문을 하고 밥이 나오는 동안 책을 마저 읽는데 순대국밥을 내오던 아르바이트 학생이 표지를 힐끗 쳐다보는 것 같았다. 무언가 가벼운 농이라도 할까 하다가 더 민망해질것 같아서 그만두었다. 마침 식당은 한산했다. 꽤 오랜 걸음을 걸어 식당에 갔던 나는 다 먹지 못할 줄 알면서도 세트메뉴를 시켰다. 소주를 곁들여 순대와 부속고기를 먼저 먹은 후 뜨거운 국밥을 후후 불어가며 식사를 했다. 이어폰으로는 열시간짜리 빌 에반스의 피아노 연주가 계속 흘러나왔다. 의도치 않았지만 산책에 좋아 틀었던 음악이 의외로 순대국밥과도 잘 어울렸다. 혼밥을 할때 이어폰은 어색함을 반감시켜준다. 혼자라도 혼자가 아닌.. 2021. 11. 25.
나는 왜 정육점의 고기가 아닌가? (프랜시스 베이컨 대담집) 가장 최근에 개봉한 이유로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 연기가 많은 이들의 기억을 지배하겠지만, 사실 그에 앞서 인간의 감정을 철저하게 배재한 히스레저의 조커가 있었고, 더 이전에는 익살스러우면서도 괴짜 예술가 느낌이 나는 잭 니컬슨의 조커가 있었다. 잭 니컬슨이 주연한 영화 에는 하루라도 악행을 저지르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악당 조커가 고담시의 미술관으로 침입해 수많은 명화들을 파괴하는 장면이 나온다. 렘브란트, 드가, 르느와르와 같은 거장들의 작품을 훼손하던 조커는 한 그림을 지나치며 자신의 부하에게 명령한다. “이 그림은 맘에 드는군, 남겨둬” 악의 화신 조커의 시선을 끈 작품은 다름아닌 아일랜드 출신의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 이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미술과 친숙하지 않은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할 .. 2021. 1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