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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2

‘아비 없는 두 세대’를 잇는 공감대 영화 후기 는 하나의 사회적 이슈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지 않는다. 어떤 시대에도 있었을 법한 조용하고 맑은 아이의 시선으로 한 시대의 풍경을 보여준다. 그 풍경에는 가정폭력이 대물림되는 부권적 사회환경, 차별과 학벌주의를 심화시키는 교육, 개발시대의 폭력적 분위기와 그 시대를 견딜수밖에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고단한 표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딸을 키워본 적도 없고 폭력을 견디며 살아본 적도 없어서 그런지 영화 의 은희가 겪어내는 일상의 풍경들을 보며 놀랐다. 오빠에게 맞고 자란 여성들이 그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다. 가부장은 가정 내에서 위계를 정하고 폭력을 내면화시키는 기저인 동시에 밖으로 국가폭력 구조를 작동시키는 최소단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은희가 겪는 폭력은 보호자들에게 조차 남매간의 소소한 다툼으.. 2021. 11. 23.
두 남매가 보낸 여름의 기록 영화 후기 영화 에서 주인공 두 남매의 일상을 잡아내는 시선은 지극히 관조적이다. 카메라는 남매의 삶속으로 깊게 들어가지 않는다. 첫 장면부터 그렇다. 다세대 주택 지하 방에서 잠시 망설이는 옥주를 비추던 카메라는 옥주보다 한 템포 느리게 움직이며 옥주가 떠난 빈 공간의 여운을 잡아낸다. 카메라만 그런 건 아니다. 남매가 아빠를 따라 할아버지네 집에서 여름방학을 보내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왜 고모는 갑자기 짐을 싸서 친정집으로 돌아왔는지 영화는 일일이 알려주지 않는다. 관객은 옥주를 비롯한 가족들의 표정을 읽으며 추측할 뿐이다. 그럼에도 관객은 불편하지 않다.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사연들이겠거니 짐작하면 충분하다. 멀리 물러서서 느릿하게 여운을 주던 카메라가 역동적으로 변할 때가.. 2021. 1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