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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10

사이코 패스, 조작된 공포 연쇄살인 같은 끔찍한 범죄가 발생하면 범인이 사이코패스인지 추측하는 기사들이 난무한다. 살인사건 수사가 미궁에 빠져 장기화되면 프로파일러들이 해결사처럼 투입되었다는 보도가 비중있게 다루어지기도 한다. 사람들은 살인자쯤 되면 평범한 사람들과 무언가 다른 정신적, 심리적 흠결을 가진 자일거라 생각한다. 폭력에 노출된 성장환경이나 결핍에 따른 분노가 공감능력의 결여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한다. 언론이 만들어 낸 그럴싸한 공식 몇가지만으로도 사람들은 이렇게 간단히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어쩌면 대중들은 범인을 자신들과 다른 종류의 존재로 규정하고 타자화함으로서 심리적 위안을 얻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대중의 믿음은 '프로파일러'라는 생소한 직업군에 대한 신비화로 이어진다. '프로파일러'라는 직업(통.. 2021. 11. 29.
‘아비 없는 두 세대’를 잇는 공감대 영화 후기 는 하나의 사회적 이슈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지 않는다. 어떤 시대에도 있었을 법한 조용하고 맑은 아이의 시선으로 한 시대의 풍경을 보여준다. 그 풍경에는 가정폭력이 대물림되는 부권적 사회환경, 차별과 학벌주의를 심화시키는 교육, 개발시대의 폭력적 분위기와 그 시대를 견딜수밖에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고단한 표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딸을 키워본 적도 없고 폭력을 견디며 살아본 적도 없어서 그런지 영화 의 은희가 겪어내는 일상의 풍경들을 보며 놀랐다. 오빠에게 맞고 자란 여성들이 그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다. 가부장은 가정 내에서 위계를 정하고 폭력을 내면화시키는 기저인 동시에 밖으로 국가폭력 구조를 작동시키는 최소단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은희가 겪는 폭력은 보호자들에게 조차 남매간의 소소한 다툼으.. 2021. 11. 23.
신의 은총으로 은폐되는 진실 영화 후기 얼마 전, 신년미사를 마치고 군중들과 인사를 나누던 교황이 불같이 화를 내는 장면이 뉴스를 탔다. 교황과 악수하기 위해 늘어선 군중들 사이에서 한 여인이 교황의 손을 무례하게 낚아챘기 때문. 이 모습이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자 교황은 다음 날 사과의 메시지를 냈다. “우리는 자주 인내심을 잃으며 나조차 그렇다. 어제 있었던 나쁜 본보기에 대해 사과한다” 성의를 입고 있지만 알고보면 교황도 나약한 인간이다. 제례를 주관하는 제사장에게 신성을 기대해서는 안될 터. 성직자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만질수도 없는 신의 섭리를 대리하는 존재일 뿐이다. 우리는 곧잘 그 사실을 잊곤 한다. 화도내고 실수도 하는 존재지만 교황(사제)이 위대해 보이는 건 법관이 위대해 보이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연혁적으.. 2021. 11. 19.
존재를 이탈한 욕망의 파국 영화 후기 돈은 수단이다. 수많은 욕망과 재화를 연결하는 수단으로 기능하지 않는 이상 돈은 그저 종이조각일 뿐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돈은 정말 수단일 뿐일까? 스스로는 종이 한장의 가치밖에 안되지만 돈은 언제부터인가 다른 모든 사물이 저마다 가지는 가치의 총합을 넘어서는 의미가 되었다. 다르게 말해 세상의 모든 가치를 집약해서 일체화시킨 결과물이 바로 돈이다. 돈은 수단이 아니라 이미 그 자체로 목적이 되었으며 세상 모든 곳에서 동일한 뜻으로 존재함으로써 신과 동급이 되어버렸다. 그래서인지 박해의 벼랑끝에서 신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주었던 초기 교회의 순교자들처럼 삶의 벼랑끝에 내몰린 사람들은 돈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건다. 영화 도 그런 이야기다. . . 지푸라기는 튼튼한 동앗줄을 잡.. 2021. 1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