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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4

산책자의 눈으로 담아낸 코로나 일상 소설가 구보씨는 1934년 식민지 경성거리를 쏘다니며 직업도 아내도 없이 살아가는 우울한 자신의 처지를 냉소합니다. 구보씨는 동경에 유학까지 다녀온 지식인이지만 한편으로는 연애중인 연인들과 자신의 처지를 비교하며 질투를 하고 술집 여종업원에게 찍접거리다 퇴짜를 맞는 전형적인 찌질남이죠. 그의 하루를 그린 박태원의 소설 은 근대화가 막 시작된 식민도시 경성의 풍경을 근대적 시선으로 담아냅니다. 화신백화점이며 조선은행이며 당대의 근대건축들이 구보씨의 시선을 통해 전달됩니다. 밤 늦도록 도시를 배회하는 사람들 역시 구보씨 만큼이나 우울합니다. 그들 역시 식민 시대를 견뎌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죠. 구보씨는 좋은 소설을 쓰기로 다짐하며 귀가길에 오릅니다. 그에게 소설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2020년 서울을 사는.. 2021. 11. 29.
유화로 그려본 문래동 산책 문래동은 철공소와 수공업에 필요한 각종기계를 취급하는 작은 가게, 젊은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이 공존하는 곳이다. 언젠가부터 트렌디한 카페와 술집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이 붐비는 장소가 되었다. 넓적한 이파리를 드리운 플라타나스 그늘이 거리를 물들이던 지난 10월, 이 거리를 걸었다. 과정샷. 2021. 11. 20.
왜 그림 그려요?-2 인상적인 장면을 보면 그 순간을 남기고 싶다. 대단치 않은 일상의 풍경도 때에 따라 마음을 잡아끌곤 하지 않나. 사람들이 멀쩡하게 갈어가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는 이유도 그렇다. 눈길이 발길을 잡아끄는 것이다. 그렇게 담긴 사진은 기억에 남지 않아도 앨범 어딘가에 남는다. 필요할때 찾아볼 수 있는 어딘가에 그 순간을 남길수 있다는 것. 순간을 남긴다는 건 시간의 섭리를 거스르는 일이다. 움켜잡고 싶은게 어디 순간 뿐이겠냐만, 우리는 헛된 욕심을 포기하지 못한다. 그림은 찰라의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오랜 시행착오 끝에 개발된 기술이다. 사진도 그렇지만 그림은 사진에 비해 더 집요하게 한 순간을 잡아맨다. 그림은 집요한 욕심의 산물이다. 사람들은 신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순간을 소유(한다는.. 2021. 11. 18.
왜 그림 그려요? -1 주로 쉬는 시간에 빈 노트나 교과서 구석에 그림을 그렸다. 친구들에 둘러싸여 그림을 그릴 때면 뭔가 주목받는 기분에 우쭐했던 것 같다. 재능의 발견이랄까. 만약 그런 것이 있다면, 그림은 내가 가장 일찍 깨달은 재능이다. 물론 그 수준을 보면 딱히 재능이랄것도 없다. '세기적 재능' 같은 건 결코 아니었다는 말이다. 고만고만한 또래들 사이에서 다소 돋보이는 수준이었달까. 사생대회에서 최우수는 받지 못했고 언제나 우수나 가작 정도의 성과를 냈다. 그럼에도 그림을 감히 '재능'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살아오면서 그리고 싶은 욕구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려서는 만화같은 그림을 좋아했다. 잘 그린 그림을 베끼는 것이 일상이었다. 똑같이 그리는게 목표였고 즐거움이었다. 만화 주인공들은 물론이고 타조며 코끼리.. 2021. 1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