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10 육아의 추억 한때 자주 만나던 모임의 동생들이 줄줄이 출산을 했다. 많게는 스무살 가까이 적게 잡아도 띠동갑 정도 되는터라 깊은 교감을 나누진 못했지만 젊고 패기만만하고 또 한편으로는 예의바른 모습에 늘 마음이 가는 친구들이다. 며칠 간격을 두고 저들끼리 딸을 낳았다고 사진을 올리고 축하를 주고받는 분위기가 되자 코로나 때문에 조용하던 단톡방이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같이 축하와 덕담을 해주고 나서 한 친구의 딸 사진을 보니 내 아이와 처음 만나던 그 날 생각이 났다. 산달이 다되어 휴가를 내야겠다고 하면 ‘니가 애 낳냐’고 면박을 주던 상사들이 한 자리씩 꿰차고 있던 때였다. 출산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듣고 어떻게든 병원에 빨리 가기 위해 오후 일과를 다 마치기도 전에 회사 담을 넘어야 했다. 담을 넘다가 감사관과 .. 2021. 12. 18. 리더가 웃어야 조직이 산다 처음 사회생활 할 때 유독 눈에 띄는 선배 한분이 있었다. 여성이었고 마흔살 언저리의 선배였는데 유독 눈에 띄었던 이유는 다름아닌 성격 때문이었다. 그녀는 대체로 무뚝뚝했고 표정이 없었다. 옆 사무실이라 가끔 마주칠 일도 있었지만 인사도 받는둥 마는둥이었다. 하루는 복도에서 고성이 들려 나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녀였다. 그녀는 머리가 벗겨진 민원인과 언성을 높이며 싸우고 있었다. 가만히 들어보니 민원을 내러 온 중년남성이 선배에게 먼저 막말을 한게 싸움의 이유였다. 그녀 역시 지지 않고 민원인에게 똑같은 욕설을 받아치고 있었다. (입에 담기 어려운 쌍소리라 구체적 표현은 생략) 결국 감사실 직원까지 개입하고 마무리 되었지만, 그녀를 향한 시선은 곱지 않았다. '표정이 저렇게 무뚝뚝하니 욕을 먹지', '.. 2021. 12. 13. 잠시 머물다 가는 지혜 가랑비라고 하나 보슬비라고 하나. 오락가락 하네. 우산을 두고 잠깐 나왔다가 자칫 다 젖을뻔했어. 곧 우주여행을 할 인류가 비 앞에서는 고작 우산 뿐이네. 참 대책이 없어. 생각해보면 인류가 발명한 물건중에 우산처럼 직관적이고 원초적인 도구도 없지 싶네. 재질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초기의 우산과 지금의 그것이 형태나 구조면에서 변한거 같진 않고. 우산이 없으면 짐승과 다를게 없잖아. 제 아무리 위엄있는 통치자도, 거부도 쫄딱 맞고 뛰어다녀야 하지. 원래 사람이라는게 참 볼품없는 존재라고. 언젠가 인근 수덕사에 산책을 간적이 있어. 초파일을 앞둔 때였고, 당직때문에 귀가하지 못했던 주말이었지 아마. 혼자 일주문을 지나 천천히 걷고 있는데 멀리서 연등이랑 기와를 파는 곳이 보이더라. 대웅전에서 기도나 하려고 .. 2021. 12. 10. 의자에 앉고 싶을때 생각해야 할 것들 확실히 어떤 점에 있어서 의자가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광고 카피에 동의한다. '의자 따위가'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당신이 그렇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의 제기를 하는 동안에도 세상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자기만의 의자를 차지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는데 내 소중한 엄지손가락을 걸 수 있다. 세상에 자리가 필요한 사람은 왜 이다지도 많은 건지. 의자는 사람의 숫자보다 많지 않고 (더군다나!) 편안하고 품격있는 의자는 굉장히 희소한 법이다. 어떤 의자는 너무나 안락하여 한 번 앉으면 다시 일어서기 꺼려질 정도로 완벽하게 당신(의 인생을, 또는 인상)을 바꿔주기도 한다. 보통 그런 의자는 180도까지 뒤로 젓혀지기도 하고 큼직한 팔걸이와 견고한 목받침까지 달려있어 어떤 자세를 취하더라도.. 2021. 12. 7.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