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상

의자에 앉고 싶을때 생각해야 할 것들

by 아르띠무너 2021. 12. 7.

확실히 어떤 점에 있어서 의자가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광고 카피에 동의한다.

'의자 따위가'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당신이 그렇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의 제기를 하는 동안에도 세상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자기만의 의자를 차지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는데 내 소중한 엄지손가락을 걸 수 있다.

세상에 자리가 필요한 사람은 왜 이다지도 많은 건지. 의자는 사람의 숫자보다 많지 않고 (더군다나!) 편안하고 품격있는 의자는 굉장히 희소한 법이다.

어떤 의자는 너무나 안락하여 한 번 앉으면 다시 일어서기 꺼려질 정도로 완벽하게 당신(의 인생을, 또는 인상)을 바꿔주기도 한다. 보통 그런 의자는 180도까지 뒤로 젓혀지기도 하고 큼직한 팔걸이와 견고한 목받침까지 달려있어 어떤 자세를 취하더라도 당신의 꼿꼿한 척추를 지지해줄 수 있다.

기브스를 한 것처럼 곧은 자세로 시선을 고정한 채  사람들을 내려다보는 자세도 의자의 힘이다. 어떤 합리적 항변에도 흔들리지 않고 '노'라고 잘라버릴 수 있는 것도 알고보면  의자의 힘이다. (어쩐지 의자는 '노'자와 닮아있다.)

당신 앞에 공손하게 두 손을 모으고 선 사람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것도, 책상을 탕탕 두드리고 어금니를 악물고, 다소 무식해 보이는 표정으로 라면이 덜 익었다고 호통을 칠 수 있는 것도 알고보면 의자가 꾸민 계략인지도 모른다.

의자에 앉기 전 당신은 적당히 눈치를 보고 적당히 손해도 보았을지언정 그래도 사람으로 분류되는 어떤 존재였다. 그러나 의자에 앉고 난 후 당신은 의자 그 자체가 되어버린다. 의자는 확실히 인생을 바꾸는 힘이 있다.


반응형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더가 웃어야 조직이 산다  (0) 2021.12.13
잠시 머물다 가는 지혜  (0) 2021.12.10
저녁이 있는 삶, 삶이 있는 저녁  (0) 2021.12.05
숨쉬듯 후회  (0) 2021.12.03
내 쉴 곳은 정말 내 집 뿐인가  (0) 2021.11.2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