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반복한다. 말을 하고 후회하고 생각하고 후회하고 밥을 먹고 후회한다. . 그저 연속적으로 이어지다 문득, 멈춘 발자국 같이 일상을 걷다가 작은 돌뿌리 하나에 걸음을 멈추고 걸어 온 길을 되짚어보는 식이다. 그렇게 맥없이 돌아보고 다시 후회한다. 대체 후회는 뭐란 말인가.
사실 후회는 일종의 독백같은거다. 아무도 평가해주거나 답해주지 않을 시험지에 정답을 기입하고 타인의 시선을 피해 몰래 답을 찾아볼때의 기분이랄까. 어떻게 써 넣었더라도 반드시 후회를 하고야 말테지만, 머리에 종소리가 들릴만큼 명쾌한 답을 알지 못하기에 다시 후회를 하게 되는 식이다.
후회라는 감정은 생리화학적 작용을 거쳐 만들어진 각종 호르몬과 오감이 만들어내는 잔상들이 얼버무려진 무형의 결과물일진대, 왜 우리는 그 작용중의 단 한 단계에도 개입할 수 없는 걸까. 하긴, 만약 개입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언제, 어느 지점에서 개입을 하는 것이 더 나았을지 또 후회를 하겠지.
화장실 벽에 두칸 남은 화장지를 보며 후회한다. 미리 준비를 했으면 이렇게 당황하진 않았을텐데. 계산대 앞에서 후회한다. 조금 더 철판을 깔았으면 돈이 굳었을텐데. 담배를 피며 후회한다. 그 때 그 녀석과 만나지 않았다면 흡연따윈 모르고 살았을텐데. 잠에서 깬 뒤 후회한다. 더 일찍 잠 들었으면 이렇게 서두르진 않았을텐데. 후회하고 또 후회하고, 후회하는 삶에 후회한다. 아마, 마지막 숨을 쉴때까지 후회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후회라는 건 들숨이라는 삶의 뒤에 따라붙는 날숨 같은 것 아닐까. 후회하니까, 그나마 이렇게라도, 살아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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