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1 전단지 한 장의 무게 아침 출근길에 항상 할머니 한 분을 만난다 종로2가 지오다노 앞 건널목 부근 낡은 운동화를 신고 쑥색 가방을 멘 할머니는 매일 한장씩 내게 전단지를 주신다 옷깃을 한번 스치는 것도 억만겁의 인연이라는데 매일 아침 무언가를 주고받는 사이는 얼마나 큰 인연이란 말인가 기껏해야 어학학원 강좌나 헬스클럽 개업 이벤트를 알리는 종이쪽지에 불과하지만 얼떨결에 억만겁의 인연을 쌓은 나는 그 종이 한장이, 종이 한장의 간절함이 헬스클럽 덤벨보다 더 무겁게 느껴진다 생존이라는 두께를 알수 없는 종이뭉치를 들고 언젠가 빈손으로 돌아갈 그 날을 기다리며 남은 생을 한장 한장 덜어내고 계신 할머니 할머니가 주신 손바닥만한 종이쪽지를 주머니에 구겨넣고 편의점 한구석에서 미역국 햇반을 후루룩거리다 말고 나는 깨닫는다 종이 한장을.. 2021. 11. 1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