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글1 감성변기의 최후 생각해보니 변기는 단 한번도 울지 않았던 것 같다. 이사 온지 십년이 넘도록 자잘한 고장도 일으킨 적이 없었다. 묵묵히 제 자리를 지켜온 세월이 억울했던건지 드디어 오늘 아침 웅- 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처음엔 변기에서 나는 소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주 낮은 중저음이었고 기계의 모터 따위가 돌아가는 소리 같았다. 비데의 전원이 켜있었기에 비데에서 나는 소리라고 생각했지만 플러그를 뽑은 후에도 소리는 계속되었다. 원인을 알수 없는 소리였기에 걱정이 되었지만 이렇다할 이유를 생각해낼수 없었다. 우는 변기라니. 감성의 시대라고 하지만 이건 너무하잖아. 나는 능숙한 배관공처럼 고개를 쑤셔박고 변기의 밑둥을 살폈다. 거기엔 말라비틀어진 비누조각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무언가 있을리가 없지 않은가. 소리가 계속.. 2021. 11. 1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