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1 우리 모두는 이방인이다. 비 오는 아침, 종로2가. 낡은 여행 가방을 들고 서서 행인들에게 길을 묻는 사내가 있다. 허름한 차림에 거무스레한 피부, 움푹 들어간 눈에 짙은 눈썹을 가진 그는 누가 봐도 출근길 풍경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방인이다. 독특한 악센트의 영어를 구사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반응이 뜨악한 것은 그가 전형적인 영어권 국가의 외국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일 그가 노란 곱슬머리에 하얀 피부를 가진 벽안의 서양인이었다면 그렇게 오랜 시간 거리에 서있지 않아도 되었을지 모른다. 서양도 아니고 딱히 동양이라고 할 수도 없는 그의 고국이 문제라면 문제랄까(우리의 인식 속에 동양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국과 일본, 이 세 나라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에게 어떤 범죄의 흔적이 느껴지거나 잘못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무시하거나 .. 2021. 11. 1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