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2 우리가 믿고 싶은 것, 우리가 하고 싶은 것, 우리가 보고 싶은 것 영화 후기 "영화는 숫자가 아니야. 영화는 별 하나 별 두 개가 아니야. 영화는…" 누군가의 한숨 같은 독백이 끝나면 왁자지껄한 술자리 풍경이 이어진다. 얼큰하게 취한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듯 서로 술을 권하는데 갑자기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남자가 거짓말처럼 쓰러진다. 감독님! 감독님! 놀란 사람들이 애타게 쓰러진 남자를 깨워보지만 감독이고 뭐고 죽은 남자가 일어날 리 없다. 감독 김초희 이름 석자가 바로 이 장면 뒤에 나타난다. 홍상수 시대의 종말을 말하는 건가. 김초희 감독의 독립 선언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찬실이(강말금 분)의 막막한 표정이 잠시 나오더니 4:3의 화면 비율이 16:9로 바뀌며 영화가 시작된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 트럭 한대 올라올 수 없는 오르막길을 올라 반 지하도 아니.. 2021. 11. 16. 무너지지 않는 개인의 발견 영화 후기 1. 본명 양미숙. 50년 6월. 하필이면 전쟁통에 태어났다. 작년 겨울 청주 교도소 여사동에서 연고 하나 없이 죽었다. 그러니까 그녀가 이승에 머문 시간은 고작 66년. 그녀는 북에서 피난 내려온 삼팔따라지 전쟁고아다. 난리 통이었으니 당연히 먹고살기 어려웠고 나이를 먹도록 학교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안 해본 짓이 없었다. 남의 집 식모살이에 여공생활을 전전하다가 돈이 된다는 이유로 동두천으로 흘러들어갔다. 미군들에게 “다리를 벌려주는” 양공주 생활을 하다가 흑인 병사의 아이를 덜컥 낳았고 돌도 되지 않은 아이를 입양시킨 뒤 “평생을 빌어도 용서받지 못할”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았다. 칠십이 가깝도록 평생을 자기 손으로 벌어먹고 살았다는 미숙씨의 또 다른 이름은 소영이다. SO YOUNG. .. 2021. 11. 15. 이전 1 다음